
바다, 엇갈림
제주에서 오사카로 향하는 바다 위에서 우리는 엇갈렸던 것 같다. 내 부모와 당신 부모의 삶의 궤적, 그 차이가 우리를 시간으로 갈랐다. 그리고 그 시간은, 선상船上이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당신과 나의 모든 것을 갈랐다.
나는 당신을 북촌리에서 마주쳤다. 부모와 마을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뛰기 시작하자 곧 ‘탕탕’ 스러졌다며 당신은 빈 밭을 가리켰다. 그리고 바다 이야기를 꺼냈다. 난리 후 폐허가 된 땅에 속한 가장의 무게가 등을 떠밀어 무턱대고 오른 배는 당신에게 가도 가도 막막하기만 한 바다만 자꾸 열어 주었다. 아는 이 하나 없이 낯도 설고 말도 선 땅을 앞에 둔 두려움이 악어의 표피와 같이 무수한 파도로 갈라 퍼지자 바다를 향한 시선의 동공은 천천히 비어갔다.
의외였다. 시공간을 가르는 오사카 행 선미船尾에 당신이 전하던 바다는 없었다. 노을은 서로 다른 질감일지언정 하늘과 바다를 거대한 용광로의 황홀한 빛으로 수직 결합하였고, 다음 날 아침 순풍에 청명한 바다는 푸르게 물든 달항아리의 가로선이 맞닿은 듯 깊고 고요했다. 눈에 비추인 바다가 마음으로 몸으로 나에게 담겨 낯선 땅을 향하면서도 이유 없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던 나를 나직하게 위로했다.
나는 이제 영면에 든 당신과 억겁의 세월로 엇갈렸다. 아직 바다를 곁에 두었지만 나도 곧 억겁으로 들어갈 테다. 막막함도 위로도 없는 그 곳으로.
바다, 엇갈림.
막막한 바다를 당신이 견뎌, 우리의 바다는 아름답다.
박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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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북촌에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조희권 할아버지, 이영애 할머니 부부와 처음 만나게 되었다. 북촌에서 동년 동월 동일에 태어났다던 부부의 인생사를 들었다. 북촌에서 태어났지만 삶을 꾸려가기 위해 부산, 강원도, 일본의 오사카를 오갔던 할아버지의 삶을,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고자 그 길을 따랐다. 할아버지처럼 배에 올랐다. 선상 위에서 많은 날과 다양한 장소의 바다를 만났다.
그리고 2023년 겨울, 할아버지는 저 먼 곳으로 떠나셨다.













